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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제품 ‘공공조달시장’, 편법과 비리에 흔들린다
“법의 맹점 파고드는 중국산 제품, ‘짬짜미’ 딜러 범람 등 난맥상 노출”
 
한국신문
▲ 최근 조달청에서는 ‘공공조달시장’에 공급되는 조명 제품에 대해 ‘생산지증명’을 필히 첨부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계기로 조명 제품의 ‘공공조달시장’공급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이 표면화되고 있다. 사진은 올해 개최된 ‘우수조달제품’ 전시회의 모습이다.     © 한국신문
‘공공조달시장’은 정부가 국내에서 생산된 중소기업 제품, 한국산 제품의 판로를 확대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도입, 운영하는 제도이다. ‘공공조달시장’은 특히 도입된 지 수 십 년 동안 판로 확대가 어려운 중소기업 제품과 신기술 제품 등의 판로 확대, 관련 산업 육성에 크게 기여해 왔다. 조명업체들 역시 ‘공공조달시장’에 큰 도움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조명 제품 ‘공공조달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각종 편법과 비리가 만연하면서 본래 취지와 목적이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조명 ‘공공조달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법령에 따르면 한국산제품, 직접생산제품만 공급 가능해
법의 맹점 악용한 ‘중국산 제품’이 조달시장에 공급돼
지자체 조달시장에서는 ‘짬짜미’ 딜러 폐해가 극심해

지난 7월 24일 오후 2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자리 잡고 있는 중소기업중앙회 강당에서는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조명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있었다. 이 날의 설명회에는 정부의 조달 담당 주무부서인 조달청 공무원이 참석해 “앞으로는 조달시장에 공급하는 제품에 ‘원산지증명’을 필히 첨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현장을 취재한 본지 기자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조달청 공무원은 “이렇게 조달시장에 공급하는 제품에 대해서 철저하게 원산지증명을 첨부하라고 하면 중소기업에들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조달시장에 중국산 조명 제품이 범람을 하는 등, 더 이상 방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계 법령에 따라서 원산지증명을 철저히 첨부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조달청이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정부의 조달 주무부서인 조달청이 직접 나서서 ‘공공조달시장’에 공급되는 조명 제품들의 원산지를 확인해야 할 정도로 ‘공공조달시장’에 원산지가 증명이 되지 않은 제품이 다량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현재 ‘공공조달시장’에 원래 공급돼서는 안 되는 조명 제품, 즉 국내에서 생산이 되지 않은 제품이나, 국내 업체가 직접 생산을 하지 않은 제품, 한국산 제품으로서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제품이 많이 공급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을 비롯한 국내 조달 관련 법령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공공조달’ 시스템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의 종류와 요건은 분명하게 제한이 돼 있다.

우선 ‘공공조달시장’ 제도를 운영하는 근본 취지와 목적에 따라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 국내 업체가 생산한 제품, 외국산 부품을 들여와서 단순 조립한 제품이 공공조달시장에 공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서 ‘한국산 제품’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제품 등이 ‘공공조달시장’을 통해 국가가 구매하는 제품으로 지정이 돼 있다.

이밖에도 새로운 기술의 제품을 정부가 앞장서 보급한다는 뜻에서 신기술인증제품이, 우수한 제품의 공급을 지원한다는 뜻에서 우수조달제품이, 환경친화적인 제품의 보급을 돕는다는 뜻에서 친환경인증 제품이 조달제품으로 선정이 돼 있다.

이런 조달품목들은 모두 관계 법령에 품목이 지정돼 있으며,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나라장터’ 같은 공개경쟁입찰방식을 통한 구매가 원칙으로 돼 있다. 다만 우수조달제품이나 친환경제품, 신기술제품 등은 정부에서 특별히 보급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구매액이 일정 금액(1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발주기관에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런 ‘공공조달’에 관한 관계 법령만 보면 워낙 촘촘하고 엄격하게 조달대상 제품의 품목과 요건, 구매방법 등에 대해 규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편법과 부정, 부패,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서 조명업계에서 요즘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산 제품’이 ‘한국산 제품’으로 둔갑을 해서 ‘공공조달시장’에 공급이 되는 일은 아예 생각할 수조차 없을 정도이다. 애초에 국내에서 직접 생산이 되지 않은 제품(직접생산확인제도), ‘한국산’이 아닌 제품(한국산 제품 판정 기준)은 조달 대상 제품이 될 수가 없도록 법령에 정해져 있는 까닭이다.

관련 법령의 내용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은 국내에서 직접 생산된 제품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한국산 제품으로서의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법령에 보면 “외국에서 수입한 부품을 단순히 조립해서 완성품으로 만든 제품은 비록 국내에서 생산이 됐다고 하더라도 국내 생산 제품에서 제외한다”고 나와 있다.

이것은 정부가 공공조달시장을 운영하는 취지가 한국 업체(중소기업)가 한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이용해서 만든 완성품을 한국산 제품으로 인정하고, 이런 제품을 ‘공공조달시장’에서 구매하는 제품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법을 통해 명백히 밝힌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조달청이 직접 나서서 ‘공공조달시장’에 공급되는 조명 제품에 대해 ‘원산지증명’을 꼭 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확인을 철저히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그만큼 ‘한국이 원산지가 아닌 완성품’이나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부품을 사용해 완성품을 만든 제품’이 다량으로 공공조달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중국산 제품’이나 ‘중국산 부품을 단순히 조립한 제품’, 그리고 ‘한국산 제품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제품’과 ‘직접 생산을 하지 않은 제품’ 등이 ‘공공조달시장’에 공급이 되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조명업계 안에 파다하게 나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렇다 할 정도로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조명업체로서는 이런 내막을 알음알음으로 알게 되더라도 구체적인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 크다. 소위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는 식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만에 하나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업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더라도 해당 업체가 강력하게 부인을 하거나 법정 소송으로 맞대응을 하고 나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동종업계 안에서 업체 간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이기 때문에 조명업체 입장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기가 쉽지 않은 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조달청이 직접 문제를 들고 나오게 될 정도로 사태가 커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조달시장’의 제품 공급을 둘러싸고 조명업계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외에도 많다. 그 가운데 특히 조명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첫 번째, 중국산 제품 문제 두 번째, 부적격 한국산 제품 문제 세 번째, 주로 지자체 납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위 ‘딜러’ 문제 등 3가지이다.

이런 문제들의 공통점은 현행 ‘공공조달제도’의 미비점, 허점, 맹점을 파고들어 ‘공공조달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한편, ‘공공조달시장’을 위법, 불법, 비리, 부정,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시킨다는 점이다.

또한 ‘공공조달시장’에 참가하는 정직한 업체들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조달시장’에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조명 제품의 공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공조달시장’의 문제점들의 실태는 어떤지 조명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토대로 재구성해 보자.

중국산 제품의 공급 문제

#사례1 : 경기도의 A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B씨는 일전에 기자에게 “요즘 정부기관, 공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 공급되는 조명 제품 가운데 적게는 80% 이상, 많게는 90% 이상이 중국산 제품이라는 말이 공무원 사회에서는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그 자리에서 “어떻게 중국산 제품이 정부와 지자체 같은 곳에 공급이 될 수 있느냐?”라고 묻자 그 공무원은 “다 하는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끝을 흐렸다.

#사례2 : 지난해 6월에 개최된 ‘2014 광저우국제조명전시회’기간 중 중국의 가로등기구 제조업체인 B조명의 전시부스에서 만난 C조명의 해외마케팅 담당자 D과장은 부스에 전시된 한 가로등기구를 가리키면서 “이 제품이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 납품이 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D과장은 “우리 회사 제품 중에는 이밖에도 한국의 정부나 지자체 현장에 납품된 제품이 많다. 지금 우리 회사 공장에 가겠다면 안내해서 보여줄 수도 있다”고 자랑했다.

기자가 “한국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에는 중국산 가로등기구가 들어갈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당신네 회사 제품이 한국 공공조달시장에 들어갔다는 말이냐?”라고 묻자 "한국 E조명을 통해서 들어갔다”면서 E조명의 F사장 이름을 정확하게 밝혔다.

‘광저우국제조명전시징’에서 중국의 조명업체의 전시 부스를 방문하다보면 이런 식으로 “우리 회사 제품이 한국의 정부나 지자체 현장에 들어갔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라고 물으면, 대부분 “다 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말끝을 흐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중국산'인 자기네 회사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한국의 조달시장에 공급 됐는지 설명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얘기한 2개의 사례는 정부, 공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 공공조달시장에 적지 않은 물량의 중국산 조명 제품들이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 가운데 일부분이다.

문제는 A지자체 공무원 B씨나 중국 가로등업체 C조명의 D과장이 말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 국내 조명업체들 사이에 알려진 방법은 중국산 조명기구를 해체해서 부품 형태로 수입을 한 뒤, 국내에서 다시 조립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해서 한국에서 완성품을 만든 뒤 ‘한국 업체가 국내에서 직접 생산한 제품’이라는 형식적인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만든 제품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한국산 제품’이라고 할 수 없다. “외국에서 수입한 부품을 단순히 조립한 완성품은 한국산 제품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규정에 해당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만일 제품을 공급받는 쪽에서 이런 조항을 엄격하게 따지지 않거나, 일손 부족으로 적격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빈틈을 타고 제품을 조달시장에 공급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이런 식으로 ‘중국산 조명 제품’이 ‘한국산 직접생산제품’으로 둔갑을 하면서 벌어지는 양상도 천태만상이다.

국내 조명기구 제조업체인 G조명 개발실의 H과장은 ‘나라장터’에 등록된 제품들을 살펴보던 중 동일한 제품이 여러 개의 조명업체에 의해 등록이 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국내 조명업체가 직접 생산한 제품만 공급할 수 있다는 공공조달시장의 원칙에 따르면 같은 제품이 여러 회사의 조달제품으로 등록이 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중국이나 대만 같은 외국 조명업체로부터 수입한 동일한 제품을 국내의 여러 조명업체들이 조달용 제품으로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의 배경을 되짚어 가보면, 중국이나 대만의 조명업체가 다수의 한국 조명업체와 소위 ‘라이선스계약’을 맺고 동일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현실과 만나게 된다. 물론 중국과 대만에서 수입한 제품을 한국산 직접생산제품으로 탈바꿈시켜서 공공조달시장에 공급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에 속한다.

이런 일들이 조명업체들 사이에 은밀하게 확산되다보니 ‘공공조달시장’에 ‘한국산 제품’이 아닌 ‘중국산 제품’이 공공연하게 설치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법의 맹점 파고드는 위장 한국산제품

‘공공조달시장’에 공급되는 제품은 한국산 제품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산 제품이란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된 원재재와 부품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이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한 제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완제품의 가치가 100%라고 하면 이 가운데 한국에서 생산된 원자재, 부품, 소재의 가치(가격)의 합계가 일정 비율(최소한 51%)를 넘어야 한국산 제품으로 인정을 받아 ‘공공조달시장’에 공급을 할 수가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한국산 제품의 인정 비율인 51%에 못 미치는 제품들이 ‘한국산 제품’으로 둔갑해 ‘공공조달시장’에 공급된다는 사실이다.

‘공공조달시장’에 참여 중인 조명업체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위장 한국산 제품’이 ‘공공조달시장’에 범람하면서 ‘진짜 한국산 제품’의 판로를 위협하고 있다“고 하소연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는 조명업체 관계자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공공조달시장’에 공급되는 제품 중에는 중국이나 대만에서 수입한 부품과 소재를 사용해 만든 제품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중국이나 대만 등 외국에서 수입한 원자재, 부품, 소재를 사용한 비율(가격)이 51%를 넘지 못하면 ‘한국산 제품’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공공조달시장’에 공급할 수가 업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품이 ‘한국산 제품’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부품이나 자재를 ‘한국산’으로 세탁하는 편법을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공공조달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조명업체인 I조명이 중국이나 대만에서 수입한 원자재, 부품, 소재, 자재를 51% 이상 사용해서 완제품을 만든 경우, 이 제품은 ‘한국산 제품’이라고 인정을 받을 수가 없다.

그러나 부품업체인 J사가 중국산 또는 대만산 원자재나 소재를 수입해서 만든 부품을 사용하면 이 부품이 한국에서 생산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산 부품’을 사용했다고 주장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는 조명업체 관계자들은 바로 이 방법이 ‘한국산 부품’을 사용한 비율이 51%가 안 되는 제품을 ‘한국산 제품’으로 세탁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이 되는 방법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100% 중국산 부품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한국산 제품’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일종의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사용된 부품의 가격을 원래 가격보다 높게 잡아서 ‘한국산 부품’의 사용 비율을 높이는 방법, 제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간 조립비 등 인건비를 높게 책정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활용되고 있다고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는 조명업체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물론 공급을 받는 쪽에서 엄격하게 사용된 부품의 원산지를 확인한다면 이런 위장 한국산 제품이 ‘공공조달시장’에 공급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품 공급 과정에서 원산지증명이 꼼꼼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오로지 서류만으로 이뤄진다면 얼마든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조명업체 관계자들은 “정부 조달부서의 인적 구성을 감안할 때 이런 허점은 언제나 생길 수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딜러’의 먹이감으로 전락한 우수조달제품 제도

정부는 ‘공공조달시장’을 운영하면서 중소기업 제품, 한국산 제품, 직접생산 제품을 구매한다는 대원칙을 세워놓았다. 또한 공정성을 기하고, 비리와 부정 부패를 예방하기 위해서 ‘나라장터’라는 전자 공개경쟁 입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공공조달시장’의 운영 취지와 목적, 운영방식 등을 얼핏 보면 ‘공공조달시장’에 공개경쟁 입찰에서 낙찰을 받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개인이 ‘공공조달시장’의 제품 공급 과정에 끼어들어서 어떤 정부기관이나 자자체가 발주하는 물량을 수주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명업계 관계자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고 한다. 왜냐 하면 ‘나라장터’의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하지 않고도 수의계약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까닭이다.

이런 수의계약이 가능한 것은 조달 관련 법령에 일종의 ‘예외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우수조달제품, 신기술인증 제품, 친환경인증 제품 등, 정부가 특히 보급을 촉진하고 판로 개척을 도와줘야 한다고 판단한 제품에 대해서는 일종의 ‘특례법’을 마련해서 정부기관 등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수조달제품’은 발주 규모가 1억원 미만인 경우, 발주하는 기관의 재량으로 조명업체와 직접 수의계약을 맺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수조달제품’ 같은 제품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마련한 특례, 특혜제도라고 할 수가 있다.

문제는 이런 선의에서 마련된 특례제도가 ‘이권’으로 변질돼 공공연하게 악용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딜러’들이 발호하는 현상이다.

요즘 ‘우수조달제품’을 생산하는 조명업체 경영자들 사이에서는 “ ‘딜러’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다가 하루를 다 보낼 정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그만큼 ‘딜러’들이 ‘우수조달제품’을 생산하는 조명업체에 전화를 많이 한다는 말이다.

직접 ‘딜러’의 전화를 받아본 다수의 조명업체 대표들의 말을 요약하면, 딜러들은 조명업체에 전화를 걸어 “당신네 회사에서 ‘우수조달제품’을 생산 중인 것으로 안다. 그 제품을 보니 참 좋아 보이더라. 내가 그 제품을 K지자체에 공급하도록 해줄 수가 있다. K지자체에 제품을 공급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는 “그 대신에 이 일이 성사가 되면 나에게 사례를 해줘야 하는 데, 얼마나 해 줄 수가 있느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이런 ‘딜러’들의 활동은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조명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이다.

이런 ‘딜러’들의 활동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문제는 3가지이다.

첫 번째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딜러’들이 지자체 등 공공 부문의 물품 조달계획을 알 수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조명업계 관계자들은 “소위 ‘딜러’라는 사람들이 공공 부문의 제품 구매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제품 구매 계획은 해당 기관에서도 관계 부서에 속한 공무원이나, 행정기관의 제품 구매계획을 사전에 알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거나, 해당 공무원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사적인 통로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쉽사리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까닭이다.

이에 대해 공무원 사회의 사정에 밝은 한 전직 공무원 L씨는 “요즘은 과거와는 달리 공무원이 직접 ‘딜러’로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 대신 공무원 주변의 인물이 ‘딜러’로 나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요즘에는 지방자차제도가 정착되면서 지자체의 상급기관으로 변모한 시의회나 구의회 관계자나 그 주변 인물이 ‘딜러’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공무원인 M씨는 “요즘에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의회 쪽에서 ‘이번에 00현장에 들어갈 조명 제품은 00조명업체 제품을 구매해 달라’는 전화를 받느라 몸살을 앓는 지경이라고 한다”면서 변화하는 ‘딜러’들의 양상에 관한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지자체 구매부서 주변의 인물들이 ‘딜러’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구매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조명업체들과 거래(Deal)에 나설 수가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 문제점은 ‘딜러’들이 어떻게 해서 지자체에 조명 제품을 공급하도록 해주겠다고 확실하게 말을 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조명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이런 ‘딜러’들의 요구에 응할 경우 일이 실제로 성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즉, 성공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딜러’들이 개입한 조명 제품 공급 건의 성사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 조명업계 관계자들은 ‘우수조달제품’이 ‘수의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우수조달제품’을 1억원 미만 규모로 구매할 경우에는 발주기관이 조명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법령이 허용하고 있다. 이런 규정의 맹점을 파고들 경우 ‘딜러’가 조명업체에 ‘00지자체에 당신네 회사의 제품을 공급하도록 해주겠다’고 확실하게 약속을 할 수가 있게 된다.

물론 이런 일은 ‘딜러’ 혼자서 성사시킬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다. 구매기관 내부 인사와 사전에 ‘모종의 약속’이 맺어져 있어서 ‘딜러’가 특정 조명업체와 제품 공급을 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실제로 현실화시킬 수가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조명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딜러’의 뒤에는 누가 됐든 구매기관이나 발주기관의 내부 인사가 ‘배후의 인물’로 개입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딜러’들의 활동은 거의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명업계 관계자들이 ‘배후의 인물’로 추정하는 사람들로는 지자체 등 해당 구매기관의 내부 인사, 시의회, 구의회 등 구매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기관의 인사 등이다.

한 마디로 구매기관과 그 주변기관의 내부 인물들이 조명 제품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할 수 있는 법령의 허점을 이용해 구매권한을 이권화해서 수의계약이 가능한 ‘우수조달제품’을 생산하는 조명업체들을 대상으로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딜러’와 그 ‘배후의 인물’들은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조명 제품 구매 규모를 일부러 1억원 미만으로 나누는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세 번째는 ‘딜러’들이 요구하는 소위 사례비, 수고비, 알선비, 리베이트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딜러’들과 직접 통화를 해본 ‘우수조달제품’ 제조업체 경영자들의 말에 따르면 ‘딜러’들이 사례비 또는 리베이트로 요구하는 액수는 과거에는 전체 공급가액의 10~20% 정도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요구 수준이 점점 높아져서 30%를 요구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이런 30%의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딜러’의 전화를 받는 조명업체 경영자들은 대부분 ‘이 전화는 받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는 식으로 제안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냐 하면, 이런 식으로 ‘공공조달시장’에 조명 제품을 공급하는 것 자체가 비리나 불법, 부정, 부패에 연관될 개연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한 공급가액의 30%를 ‘딜러’에게 리베이트로 줄 경우 나머지 70%만으로 제품을 생산해 공급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가 되는 까닭이다.

이 나머지 70% 금액에서 조명업체의 마진까지 남기려면 아무리 해도 전체 공급가의 50~60% 이내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이럴 경우 제품에 사용하는 자재와 부품을 저가 제품으로 쓸 수밖에는 없다. 결국 저가 부품을 사용한 낮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기관에 공급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딜러’들이 개입한 지자체의 조명 제품 구매 건은 필연적으로 저품질의 제품 납품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나 ‘딜러’들은 이렇게 뻔한 결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딜러’들이 이렇게 해서 맺어지는 수의계약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딜러’들은 일이 성사되면 곧바로 뒤로 빠지고 전면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수의계약서 상에 이름 한 줄 오르지도 않는다. 남는 것은 조명 제품을 구매한 지자체와 ‘딜러’의 알선을 받은 조명업체 간에 체결된 ‘수의계약서’ 한 장에 불과하다.

그러니 ‘딜러’들이 해당 구매기관에 공급되는 제품의 품질이 얼마나 낮은 지는 신경을 쓸 필요조차 없는 일이 된다.

이런 식으로 ‘딜러’를 낀 수의계약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법령이 허용한 제품(우수조달제품)을, 법령이 허용한 범위(1억원 미만 규모) 안에서 수의계약을 맺고 구매하는 것이 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조명 제품을 공급할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딜러’가 조명업체와 리베이트를 주고 받는 것을 전제로 ‘거래’를 해서 정부기관, 공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 공급할 업체를 임의로 선정하면서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또한 정부에 조명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놓고 돈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절부의 구매권을 사익화해서 ‘리베이트’라는 댓가를 받는다는 것 역시 실정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특히 청렴결백해야 하는 것을 제1의 사명으로 삼는 공직자가 ‘딜러’의 ‘배후의 인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의 행위는 바로 부정과 부패행위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딜러’들이 발호하는 것은 그만큼 ‘공공조달시장’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공공조달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도입 취지와 목적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공공조달시장’의 뼈대를 이루는 법령의 미비점, 느슨한 감시 감독 시스템,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는 공직자와 관계자들의 기강의 해이, 인력 부족, 참여 업체들의 취약한 도덕성과 준법정신 등 갖가지 요인들이 겹쳐진 결과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하기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에서 지적한 3가지 문제점 이외에도 조명 제품의 ‘공공조달시장’ 공급과 관련해서 제기된 문제점들은 더욱 많다. 하지만 그 문제가 무엇이 됐든, 그 결과는 결국 편법, 비리, 불법, 부정, 부패로 귀착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가 없다. 즉, ‘공공조달시장’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문제들은 ‘검찰의 수사’를 요하는 ‘사건’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예로 든 ‘딜러’ 문제만 하더라도 조명업체 입장에서는 비자금을 조성해서 ‘딜러’에게 건네야 하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다.

또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이 리베이트라는 명목으로 ‘딜러’에게 전달되면 그 돈은 또 어떤 식으로 누구와 나누게 될 것인가가 의문으로 대두된다. 모르긴 몰라도 최근 인천의 한 공무원이 조명 납품 건에 대해 편의를 봐주고 댓가로 수 천 만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것과 같이 공무원의 부정과 부패로 이어질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사실 ‘공공조달시장’은 국내 제조산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의 판로를 확대하고, 개발 초기 보급이 어려운 신기술제품 등의 보급을 확대하는 등 많은 순기능을 갖고 있는 ‘선의의 제도’이다.

그러나 이런 ‘선의의 제도’도 운영하는 주체가 올바로 관리하고, 감독하고, 감시하지 못 한다면 금세 편법과 비리, 부정과 부패가 난무하는 ‘복마전’으로 전락할 수밖에는 없다.

요즘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공무원과 조달 참여업체의 불법행위들은 ‘공공조달시장’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위험 신호이다. “딜러를 통하지 않고는 지자체 등에 조명 제품을 공급할 생각도 말아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조명업계에 나도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공공조달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영 주체인 정부의 관리능력, 감시능력, 감독능력이 강화돼야 한다. 또한 부족한 인력도 보강해서 직접생산제품, 한국산제품, 원산지증명 등 각종 확인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는 공무원과 업체들의 도덕성이 함께 개선될 때, ‘공공조달시장’은 본연의 도입 취지와 목적을 되살릴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조달청이 ‘공공조달시장’에 공급되는 조명 제품에 대한 원산지증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 한국신문 김중배 大記者 editor@koreanewspaper.kr/
기사입력: 2015/08/11 [15:50]  최종편집: ⓒ 한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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