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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기업이 감당할 수 있겠나?
 
한국신문

정치인들은 자주 “정치는 생물(生物)이다”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의 속뜻은 “정치란 하도 변수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변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살아서 움직이기는 경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경제는 생물(生物)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정치 못지않게 경제 또한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미리 예상하거나 전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분야에는 어느 때나 들어맞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은 “현실을 떠난 경제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경제란 현실이라는 토대 위에 존재하는 것이며, 현실에 맞춰서 움직이고 변화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현실’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경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다. 구체적으로 정부, 기업, 국민, 투자자가 그들이다.
 
경제는 이런 정부와 기업, 소비자, 투자자 간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그리고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이유는 각 참가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입장, 욕구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제에 대해서 생각할 때는 무엇보다 경제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이 어떤 상황과 입장에 놓여 있고, 무엇을 원하며, 앞으로 추진하려는 경제정책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잘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것은 A인데 만들어진 결과는 엉뚱하게 B가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런 점은 정부가 경제정책을 세울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금 이렇게 주도면밀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요즘 정부가 내놓고 있는 경제정책들이 경제 참여자들의 입장이나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가 이미 확정이 된 2018년도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올리는데 합의했다. 이것은 시간당 6740원인 현재의 시간당 최저임금에 비해 금액으로는 790원이, 인상률로는 16.4%가 오른 것이다.

그럼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것은 외국과 한국의 국민소득과 최저임금을 비교해 보면 금세 드러난다.

예를 들어  올해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5만9609달러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9115달러이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49%에 불과하다.

한편 올해 미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8218원)이다. 한국은 6740원이다.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미국의 82% 수준이 된다. 국민소득은 미국의 49%밖에 안 되는 데 최저임금은 미국의 82%라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최저임금이 국민소득에 비해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올리면 미국의 최저임금 대비 91%가 넘는다. 이 최저임금 비율을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계산해 보면 5만4244달러가 된다.

즉, 최저임금 7530원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5만4244달러가 돼야 감당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이다. 당연히 우리나라 기업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 지급해야 하는 최저임금의 수준이 전혀 우리나라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최저임금을 억지로 밀어붙이면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우선 최저임금을 주기 어려운 업체는 근로자 수부터 줄이려 들 것이다. 그마저도 여의치 못한 업체들은 중국이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같이 임금이 훨씬 저렴한 국기로 공장을 이전할 수도 있다. 근로자 감원이나 공장의 해외 이전도 불가능한 업체들은 아예 폐업을 하거나,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주는 범법자로 전락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은 기업에게도, 근로자에게도 피해만 주는 일이다. 정부도 기껏 수립한 정책이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고 역효과만 나니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 보이지 않는 손해를 보게 된다. 이렇게 모두가 피해와 손해를 보는 정책이라면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 중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 적지 않다. 다만 그런 사실을 유독 정부만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어느 정도 추진된 경제정책이라도 국민이나 기업들이 “그것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다시 원점에서부터 꼼꼼하게 현실성과 실현가능성을 따져보기를 바란다. 그래서 가재도 잃고 구럭도 잃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정부가 경제정책을 펼치는 바른 길이다.

 
기사입력: 2017/08/10 [07:34]  최종편집: ⓒ 한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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